'주주이익 보호' 명시한 상법 개정 논의 급물살

입력 2024-01-02 18:46   수정 2024-01-03 02:34

윤석열 대통령이 2일 기업의 이사가 의사결정을 할 때 소액주주의 이익도 반영하도록 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관련 입법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행 상법 382조는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다. 주주 행동주의 진영을 비롯한 소액주주들은 이사회의 충실 의무를 전체 주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경제계는 상법 개정 시 배임 소송 남발 등으로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년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이사회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이익을 책임 있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상법 개정 역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한국 기업 주가가 세계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방안을 열거하는 가운데 나왔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공매도 제도 개선, 자산형성 지원 프로그램 확대 등과 함께 상법 개정을 증시 활성화를 위한 과제 중 하나로 제시한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이사회의 소액주주 이익 보호와 관련해 두 건의 법안이 계류돼 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회사’로 바꾸는 내용을 담았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은 ‘회사와 총주주’로 바꾸도록 했다.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이 같은 개정안에 대해 아직 명확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해 4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 획기적인 법안을 잘 봤다”며 “그 방향에 공감한다”고 했다.

소액주주 단체 등은 상법 개정을 강하게 요구해왔다. 이를 통해 LG화학이 2021년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해 상장하면서 LG화학의 기존 주주가 주가 하락을 경험한 것 같은 사례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물적분할이나 합병 등으로 인해 주주가치가 훼손됐다고 판단할 경우 주주들은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며 “자회사 물적분할 후 상장, 불공정한 합병 비율에 따른 소액주주 피해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제계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회사와 주주의 법인격을 별개로 보고 있는 상법 체계를 뒤흔드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주주 평등의 원칙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진 모든 자본거래는 회사와 지배주주에게만 이익이 되면서 일반주주에게 손해가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 발언은 상법 개정 방향성을 언급했을 뿐 특정 법안을 지지한 것은 아니다”며 “기존에 발의된 법안은 물론 전문가 의견 등을 수렴해 합리적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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